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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창고/영화 이야기 라이온 킹 _ 짧은 감상평

by 서울나기 2019. 7. 29.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화면의 정보량의 차이로 역설적으로 애니메이션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집어넣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와 환경, 시간, 프레임까지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장르입니다. 또한 그림은 기호와 상징이라는 방식을 통해 주제를 전달하는데 최적화된 정보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사를 애니메이션처럼 연출하려고 하면 1:1로 똑같이 매칭하더라도 어색함이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타이밍과 무게감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고 관객이 받아들이지만 실사에서는 실제 사자의 무게감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사실적일 테니까요. 또한 실사화는 화면에 나타나는 정보량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관객이 인식하기 위한 일정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을 할 때도 조금더 길게 잡아야 합니다.

위의 영화 이미지를 봤을 때 우리는 복잡한 이미지 속에서 심바가 들어올려 졌다는 정보만 간신히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질감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그다지 필요없는 정보들이죠. 하지만 오른쪽에 있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심바의 무게감, 감정과 표정, 색을 통한 캐릭터의 분리 등등 정말 많은 정보를 아주 짧은 시간에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차라리 영화에서 캐릭터에 표정을 넣었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다보니 무게감과 상징성이 사라지고 영화가 자칫 지루해진 느낌입니다.

줌-인에 컷을 3컷이나 분배해서 타이밍과 무게감을 더한 원작의 연출
영화속에는 어떠한 타이밍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음악에 맞춘 편집만 있을 뿐.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영화가 좋아지는 건 아니구나. 이건 픽사가 등장한 후 논쟁이 붙었던 2D 애니메이션이 몰락한 것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결국 연출과 이야기 때문이였다는 결론을 증명해 주는 것 같더라구요.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니 디즈니가 만드는 2D 애니메이션도 언젠가는 다시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 심각한 것은 원작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이었다는 것이죠. 원작에서 나온 그 유명한 시퀀스가 대부분 교체되었는데 원작보다 더 나아진 것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또 생명의 순환이라는 주제에 맞게 처음과 끝이 거의 동일하게 연출되었던 원작의 엔딩도 영화에서는 심바의 딸(라이언킹 2 설정에 따르면)의 얼굴을 클로우즈 업하며 끝납니다. 주제에 전혀 맞지 않았던 것 같네요.

디즈니 르네상스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보니 부담이 됬을 것이고 감독이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욕심을 부린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들소떼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씬은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인데 그렇게 연출한건 너무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우리가 이렇게 3D 기술이 좋아라고 강요하는 듯한 연출이였습니다. 캐릭터의 감정은 사라지고 스펙타클만 존재하는 그런 연출은 21세기에는 질릴데로 질린 연출이죠. 솔직히 그부분에서 감독 욕했습니다. 보고 온지 몇 일지난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기억이 안납니다. 원작의 장면들은 사반세기가 지난 오늘 날 까지 떠오르는데도.

원작의 계곡 시퀀스. 익스트림 롱샷 > 줌 아웃 트랙인 > 망원으로 이어지는 지금봐도 멋진 연출이네요. 심바의 감정이 잘 느껴집니다. 저는 이런 걸 기대하고 갔었는데..

 

총평

원작의 오랜 팬이라면 한번 쯤은 볼만한 것 같습니다.
원작이 얼마나 잘 만든 작품인지 재확인 할 수 있으니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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